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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만큼이나 빠르다. 『노시니어존: 우리의 미래를 미워하게 된 우리』는 그런 세태의 이면을 조명하며, 우리 모두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고령화’와 ‘노인혐오’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단순한 사회 비판서가 아니라, 인간 본성과 공동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내가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무겁고도 날카로운 성찰을 안겨준 책이었다.
줄거리 요약
책은 ‘노시니어존’이라는 상징적인 표현에서 출발한다. 노키즈존을 빗댄 이 개념은 이제 우리 사회가 '노인'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배제하고 있는지를 고발하는 단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노인 혐오가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특히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의 ‘세대 갈등’이 왜곡된 방식으로 강화되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책의 구성은 비교적 간결하다. 1장은 혐오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되는지를 설명하며, 2장은 세대 간의 경제적·정서적 단절이 어떤 식으로 사회 구조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이후 3장과 4장에서는 각 세대가 서로를 향해 품고 있는 감정과 그 감정의 뿌리에 대해 섬세하게 탐색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가 이 분열의 흐름을 어떻게 멈추고, 다시 공동체로서 연대할 수 있을지를 제안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노인의 목소리를 지운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었다. TV, 유튜브, 뉴스에서 노인이 등장하는 방식은 대부분 소비자나 문제 유발자로 전락되어 있었다. ‘꼰대’라는 단어의 범용화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사회가 집단적으로 노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혐오의 감정은 노년층을 향한 제도적 차별뿐 아니라, 일상적인 관계 안에서의 거부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상 깊은 구절
"늙는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책임이다."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자, 내가 가장 오래 곱씹게 된 문장이었다. 우리는 흔히 '노후 준비'를 개인의 노력으로 환원한다. 그러나 정말 그게 가능한가? 매달 연금 통장을 확인하며 ‘늙어도 괜찮은 사회’는 오직 개인의 경제력에 달려 있는 것처럼 말하는 현실. 이 문장은 그에 대해 묻는다. 늙어가는 것은 모두가 겪는 일이고, 그렇기에 그 경험을 어떻게 존엄하게 만들지는 사회 전체의 설계와 태도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무겁게 다가왔다.
“노인을 싫어하는 젊은이는 결국 자신의 미래를 싫어하게 될 것이다.”
이 말이 담고 있는 아이러니는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슬펐다. 지금의 노인을 미워한다는 건 곧 내가 될 ‘미래의 나’를 미워하는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렇게까지 자신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이 사회가 늙는다는 것을 불행의 시작으로 묘사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떠오른 것이 있다. 내가 지하철에서 자주 마주치는 광경이다. 노인이 자리에 앉지 못해 흔들리는데,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양보해도 인사 한마디 없다”는 경험이 쌓여, 어느새 우리는 아예 눈을 피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 무관심의 반복이 지금의 ‘노시니어존’ 사회를 만든 건 아닐까?
느낀 점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멈추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기사 댓글들, 사회 곳곳에서 들리던 ‘꼰대’라는 단어, 그리고 ‘나이 들면 눈치도 없어져’라는 내 말들이 마음에 걸렸다. 이 책은 단순히 노인을 옹호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가 왜 노인을 향해 분노하는지를 설명하고, 그 감정이 왜 그렇게 형성되었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이 세대 간 갈등으로 위장되는 현상은 정말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었다. 우리가 미워해야 할 대상은 노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불안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였던 것이다.
저자는 통계와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청년들은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벌고, 더 늦게 결혼하고 있다. 이런 팍팍한 현실에서, 기득권처럼 보이는 노인 세대는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진짜 문제는 세대 간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제도의 결핍과 불평등 구조라는 점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노시니어존’은 단지 노인을 향한 말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만든 ‘미래 거부 선언’이 아닐까. 만약 지금 우리가 노인을 싫어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언젠가 닿게 될 노년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깊이 와닿으며, 내 마음속의 두려움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추천 이유
이 책은 단순히 노인을 이해하자는 감성적 메시지가 아니다.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애를 잃지 않는 시선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지금은 ‘청년’이라 불리지만, 언젠가는 모두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 진짜 공동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혐오’라는 단어에 쉽게 익숙해진 시대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감정인지, 어떻게 사회 전체를 좀먹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떻게 이 감정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모색하게 만든다. 나 자신이 가진 선입견과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거울이자 나침반이 될 것이다. 늙음에 대한 두려움, 혐오에 대한 면역을 넘어선 연대의 가능성. 이 책은 그 희미한 빛을 끝까지 붙잡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