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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인생이 맞닿는 순간
책을 읽고 나면 어떤 문장이든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경우가 있다. 도자기에 핀 눈물꽃을 덮은 후에도 내내 떠올랐던 문장이 있다.
“깨진 도자기도 다시 붙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깨짐이 아니라, 그 깨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 지난날의 실패와 좌절이 스쳐 지나갔다.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쯤은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때론 그 과정이 너무 힘겨워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양오 작가는 도자기의 깨짐을 통해 인생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흙을 빚고, 가마에서 구워내는 그 모든 과정이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해준다.
나는 사실 처음엔 단순히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도예가의 인생 철학이 담긴 수필집일까? 혹은 도자기의 미학을 탐구하는 전문 서적일까?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1. 한 점의 도자기가 되기까지 – 책의 줄거리
이 책은 단순한 도자기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 점의 도자기가 완성되기까지의 여정 속에는 한 인간이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김양오는 어린 시절부터 흙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도자기를 만드는 길은 쉽지 않았다. 손끝의 작은 떨림 하나에도 작품이 망가질 수 있었고,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시련은 ‘깨짐’이었다. 아무리 공을 들여 빚어도, 가마에서 깨지는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가장 기대했던 작품일수록 가장 크게 깨진다.”
이 말이 가슴을 찔렀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그 기대만큼 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깨진 도자기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일본의 ‘킨츠기’ 기법처럼, 금을 발라 깨진 부분을 오히려 강조하는 방식이 있다. 도자기는 깨지기 쉽지만, 그 깨짐이 오히려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것이다.
도예가로서의 길을 걷는 동안 그는 ‘완벽한 작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다시 빚어내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도자기를 통해 인생을 배워갔다.
2. 책 속에서 오래 남은 문장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문장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한참을 머물게 된다. 이 책에도 그런 문장들이 많았다.
🔹 "흙은 손길을 기억한다."
흙은 만드는 사람의 손길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힘을 주어 빚으면 단단한 형태가 되고, 부드럽게 다루면 곡선이 살아난다. 마치 우리의 인생과 같다.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모양이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 "기다림 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도자기는 가마에서 구워지는 동안 본연의 색과 형태를 찾는다. 하지만 그 과정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 높은 온도의 불길 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뎌야 한다. 우리 삶에서도 어떤 성취든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 "깨진 도자기에는 흉터가 남지만, 그 흉터마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 문장을 읽으며 내 삶에서 겪은 상처들을 떠올렸다. 우리는 종종 흠 없는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사실 우리의 아픔과 실패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도자기의 흉터가 하나의 개성이 되듯, 우리의 상처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가 깊게 와닿았다.
3. 이 책을 읽고 느낀 점
이 책을 읽으며 내 삶과 도자기를 자꾸만 겹쳐 보게 됐다. 나도 살면서 부서진 적이 있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실패했던 순간, 기대했던 일이 무너졌던 경험들. 그때마다 나는 부서진 자신을 탓하며 주저앉았었다. 하지만 이 책은 ‘깨짐’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았다.
특히,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자꾸만 빨리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도자기가 완성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 우리 삶에서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가장 단단한 인생을 만든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또한,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게 되었다. 도자기는 깨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문양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특별한 작품이 되기도 한다. 내 삶의 흠집들 역시 언젠가 나만의 개성이 되고 이야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큰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꼭 추천하고 싶었다.
- ✅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 ✅ 천천히 나아가는 삶을 배워가고 싶은 사람에게
- ✅ 예술과 인생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 ✅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은 마치 우리의 인생을 닮아 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금이 가고, 가마 속 불길처럼 뜨거운 시간을 견뎌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다시 빚어지고,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도자기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바뀌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한 점의 도자기와 같다. 흠이 있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흠이 우리를 더 빛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이제 ‘깨짐’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당신도, 혹시 지금 부서진 듯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신의 흉터마저도 결국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