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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Stoner) - 잊혔던 걸작이 다시 살아나다
디스크립션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1965년 발표된 후 오랜 시간 잊혔다가, 2010년대에 들어 유럽에서 재출간되며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다. 초판이 출간된 지 1년 만에 절판되었지만,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20년이 지나서야 재조명받으며 현대의 걸작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소설은 극적인 사건 없이 조용한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는 스토너라는 인물과 그의 삶이 지닌 깊이와 무게를 온전히 체감하게 된다. 화려한 성취도, 극적인 반전도 없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한 남자의 삶은 독자의 마음을 서서히 물들인다.
이 글에서는 《스토너》의 줄거리, 인상 깊은 구절, 개인적인 느낀 점, 그리고 추천 이유를 중심으로 이 작품이 왜 지금까지도 사랑받는지 이야기해보겠다.
1. 책 줄거리 –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
소설의 첫 문장은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생애를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스토너는 미국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부모의 기대를 안고 미주리 대학의 농과대학에 진학한다. 하지만 우연히 수강한 영문학 수업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후 그는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고, 결국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영문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인생은 소설 속에서 파란만장한 사건 없이 조용히 흐른다. 사랑이라 믿었던 결혼 생활은 차갑고 고립된 관계로 변하고, 직장에서는 상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고난을 겪는다. 딸과의 관계는 점점 소원해지고, 유일하게 찾아온 사랑마저도 결국 잃고 만다.
그럼에도 스토너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문학을 사랑했고, 학생들에게 그것을 가르치는 일이 자신의 소명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은 잔잔하지만,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스토너는 영웅적인 인물도 아니고, 성공한 삶을 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끝까지 지켜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은 의미가 있었다.
2. 인상 깊은 구절 – 스토너가 남긴 문장들
“모르겠나, 스토너 군?”
이 문장은 스토너가 처음으로 문학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 그의 교수 아처 슬론이 던진 질문이다. 이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꾼다. 이 장면을 읽으며, 우리 삶에도 이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단 한 마디의 말, 단 한 번의 경험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순간 말이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스토너가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사랑을 통해 깨달은 문장이다.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이 문장은 우리 모두의 삶에 깊은 울림을 준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죽음을 앞둔 스토너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 그는 지혜를 얻고자 했으나 결국 무지를 깨달았고, 성취를 꿈꿨으나 허무함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피하지 않았고, 끝까지 살아냈다.
3. 느낀 점 – 왜 이 소설이 우리를 울리는가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솔직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이 크게 전개되지도 않고, 스토너의 인생은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장을 넘기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스토너의 삶을 따라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늘 더 나은 것을 원하고, 더 많은 성취를 이루려 하며, 특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토너》는 그런 기대를 완전히 배반한다.
스토너는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끝까지 지키며 살아갔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삶은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4. 추천 이유 – 왜 꼭 읽어야 하는가?
- ① 한 인간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은 위대한 인물의 전기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 ② 문학이 가진 힘을 느끼고 싶다면
스토너에게 문학은 삶의 의미였고, 그를 지탱해준 유일한 것이었다. 그의 삶을 통해 문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힘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 ③ 조용하지만 강한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이 소설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읽고 나면 마음 깊은 곳에서 묵직한 감동이 올라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새겨지는 작품이다.
결론 – 스토너, 조용하지만 위대한 인생
《스토너》는 극적인 사건 없이 조용히 흘러가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깊은 울림이 남는다. 우리는 화려한 성공과 큰 성취만이 삶의 의미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묻는다.
“그렇다면 스토너의 삶은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는 자신이 사랑한 것을 끝까지 지켜냈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대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스토너는 더 이상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다. 그는 우리가 아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어쩌면 바로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걸작으로 남을 것이다.